연분홍의 철쭉 꽃길을 걷고 싶어 천상의 화원 덕유산을 다녀왔습니다
2018. 5. 19. 09:00 ~ 14:30
무주리조트 곤돌라 탑승장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원점회귀
날씨 : 맑음. 안개. 기온 : 8 ~ 12℃. 강풍.
나홀로 여유롭게 유유자적 트래킹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덕유산 중봉의 연분홍 철쭉꽃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건만,
세속에 매인 몸이라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못하다 보니 때를 넘기고,
꽃철에 제대로 한번 다녀 온적이 없는것 같다.
하여, 오늘은 모처럼 시간을 내어
나홀로 유유자적, 덕유평전을 걸어 볼 예정이다
9시부터 운행하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리니,
극심한 안개비와 세찬 바람으로 인해
카메라를 꺼내 들기도 망설여진다
설천봉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설점이 있는 혓바닥을 내밀고
메롱 하는 벌깨덩굴을 만났다
귀엽기도 해라.ㅎ
안개비로 세수 하고
예쁘게 연지 곤지로 단장한 연분홍 철쭉꽃이 해맑은 얼굴로 나를 반긴다
정상을 오르는 산행로에는
이른 시간대라 그런지 나 외엔 산행객이 별로 없다
어슴프레 보이는 정상 향적봉 위로는
어느 산객이 포스를 잡길래 몰카 한장에 담아본다
촉촉히 젖은 새순이 어찌 그리도 애처롭고 이뻐 보이는지
다시 한번 눈에 담고
향적봉 정상에 도착하였으나
심한 안개로 인해 주변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름하여 "오리무중"
해서 목표 지점인 백암봉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
그나마도 설천봉에는 활짝 핀 철쭉꽃이 몇군데 있었는데
향적봉 정상엔
아직도 봉우리채 그대로다
(현재 20% 개화상태)
덕유산의 마스코트 인 주목 나무를 지나고
한참을 걷다 보니
그제서야 활짝 핀 철쭉꽃을 알현할수 있었다
연분홍색의 자그마한 꽃이
앙징 맞으면서도 이쁘기도 하여라
이곳은 아늑한 분지 형태의 묘포장 주변이라 그런지
제법 만개한 철쭉꽃이 눈에 띈다
살아천년, 죽어 천년,
주목나무 고목
허물을 벗는듯한 주목나무 고목을 뒤로하고
한발 두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덕유평전에 도착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약 1Km 거리
서서히 안개가 걷혀가는 고사목 사이로 중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덕유평전의 연분홍 철쭉꽃은 동면에서 깨어나 이제서야 기지게를 활짝 펴고
따듯한 봄 햇살에 제 몸을 불 살라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산행객을 맞아주는 중봉의
연분홍 철쭉꽃
어느 한순간 바람이 안개를 걷어 내더니
점점이 떠있는 구름 아래로 저 아랫마을 안성면이 보인다
바람이 지나 간 그 자리 엔 중봉의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고,
너무 늦은건 아닐까?
조바심을 치며 안갯길을 뚧고 찾아온 내게
강풍을 이겨내고 나를 기다려준건 털 진달래꽃 두송이 뿐이다
몇년만에 상봉이라 이산 가족보다 더한 반가움이...
중봉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평전 철쭉길은
한순간에 몰려 온 안개로 인해 그 긴 꼬리를
감춘다
내가 덕유산을 자주 찾아 오는것은, 이곳 풍경이 제일 맘에 들어서다
왠지!
이곳에 앉아 저 먼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가슴 한컨에 그 동안 쌓이고 쌓인
그 무엇이
슬슬 풀어져 말끔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듯.....
어느 계절에 찾아와도
늘~~ 나를 위로 해주고, 격려 해주고, 삶의 의욕을 일깨워 주는곳,
그러기에 매년 이곳을 찾아오는지도 ....
오수자굴과 백암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그 길위에 선 아낙은
오늘의 행복을 좌우할 기로에 서있다
중 봉!
너덜너덜한 바위끝에 걸터 앉아 뿌연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며,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잠시 쉼을 한다
서서히 걷혀가는 안개 사이로는 오늘의 산행 기점인
백암봉의 실체가 드러난다
동엽령과 삿갓재로 향하는 산객들은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고난의 산행길로 들어서고
외로운 나는
그들을 따라 백암봉으로 향한다
아침보다 기온이 더 오르기 시작하니
짙은 안개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마치 이무기라도 나올듯한 분위기가.ㅎ
아직은 덜 개화한 꽃봉우리 상태이지만
기온이 오르는 이번 주말이면
만개한 연분홍의 철쭉꽃을 맘껏 볼수 있으리라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이들을 향해 나 도 잰 걸음으로
뒤를 따라간다
꺼구로 된 S 자 코스를
이젠 연초록의 산야가 짙푸른 녹음으로 변해가는 때
이곳에도 서서히 여름으로 변해가는중
사람의 옆 얼굴 모습을 닮아서 내가 이름을 붙인
"얼굴바위"
그래 다음부턴 잘 생기고 멋진 "레드포드 바위"라고 부르자..ㅎ
조금씩 생얼을 보여주는 백암봉을 향해
한걸음, 두걸음, 조심스레 돌계단을 내려선다
가다가 지치면
이렇게
예쁜꽃을 마주보고 눈 인사도 나눈다
안녕~~!
왁짜지껄한 소리에
뒤 돌아보니 한무리의 남녀학생들이
덕유산 종주길에 나선 듯 인솔자와 함께 씩씩하게 잘 도 걷는다
그것도 반바지 차림에...
그들에게 산행길을 잠시 양보 하고
나는 그 사이에
안국사를 품에 앉은듯한, 듬직한 모습의 적상산을 한폭에 담는다
쉬엄 쉬엄 내려오다,
시원한 신갈나무 그늘 아래 앉아,
간단히 준비해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잠시 주변의 꽃 구경에 나선다
노오란색의 미나리 아재비꽃도 마주하고
크디 큰 꽃대를 밀어 올리는 박새도 눈 여겨 찾아본다
잠시후 도착한 백암봉 정상 삼거리
송계사는 왼쪽길이요
동엽령과 남덕유산은 오른쪽이라
중봉 보다 고도 가 낮은
따듯한 남쪽의 백암봉의 철쭉꽃은 넘나 이쁘게 활짝 피었다
백암봉에서 바라 본 중봉
정상에선 못 보던 말 오줌꽃도 이곳에서 여러 개체가 눈에 띈다
6월에 피는 쥐손이 풀꽃도 이곳에 선 활짝 피워 산객을 맞는다
백암봉을 찍고 중봉으로 돌아가는길
활짝 핀 연분홍 철쭉꽃을 배경으로 중봉을 담아 본다
넉넉한 어머니의 품을 닮은 덕유산
채 피지못한 봉우리들은
다음에 찾아 올 산객들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꽃을 피우려 열공 중이다
안개가 걷히면서 다시 따가워지는 오월의 햇살,
두벌을 겹쳐 입었던 바람막이 옷은 더 이상은 필요 없기에 두벌 다 벗어버리고
간편한 반팔 티 차림으로 중봉을 향해 올라간다
오르다 잠시 뒤돌아 보니
어느 새 쫒아 왔는지 거대한 안개 구름이 밀려온다
조금 만 늦었더라면 꼼짝없이 안갯속에 묻혀 버릴뻔 했을것이다
그래도 그림은 최고 이기에
중봉 전망대에 앉아 잠시 멋진 뷰를 감상한다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길,
남덕유산으로 가는 천상의 하늘 정원길
망원으로 당겨본 향적봉 정상
맑게 개인 정상에는 여럿의 산행객들이 올라 있고
아침엔 안개로 인해 못 보았던 중봉의 비경을
한폭에 담고
옆에 있는 천년지기 고사목 또한
섭하지 않게 멋지게 찍어 엽서 한장을 만들고
따듯한 햇살에 얼굴을 내어 민 연분홍꽃을 함께 담아서
그 간 사는게 바뻐서 안부 조차 전하지 못한 친구에게
그 간 잘지내고 있느냐고
엽서 한장 띄우리라...
천상의 화원,
연분홍 철쭉꽃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자외선이 강한 오월의 햇살때문에
곱디 고운 연분홍 얼굴에 혹여 주름이라도 생길까봐
등 돌려 바라보는 철쭉 낭자들을 뒤로한채
아침에 올랐던 향적봉에 도착하였다
덕유산 철쭉꽃 산행의 대미를 장식할 이 시점에,
나는 향적봉 정상에 올라
구름 도 쉬어가는 설천봉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외쳐본다
덕유산(德裕山)!
덕을 품은 어머니의 산을 찾아 내가 여기 왔노라고...
2018. 5. 23.
레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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