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3. 수요일. 나 홀로.
단풍잎 빨갛게 물들어 가던 날
가는 잎 향유를 보겠다고 800m가 넘는 괴산 조령산 깃대봉에 올랐습니다
깃대봉 가는 길에 만난 가을 풍경
조령산 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이 끝나는 지점에서 본격적인 산행 시작
돌담처럼 쌓은 조령산 산성터
멧돼지가 도토리 찾느라 온 산을 헤집어 놨네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조바심을 치면서 데크 계단을 오릅니다
바위떡풀
깊은 계곡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정상 부근에 도착 숨을 고르며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 월악산이 조망됩니다
능선 아래는 조령 3 관문
월악산 주봉들
주차장에서 깃대봉 정상까지 1시간 만에 도착
햇볕 잘 드는 남쪽 면 바위 벼랑 끝
한 줌 흙속에 뿌리를 내린 "가는 잎 향유"
유일하게 꽃 상태가 좋은 한 포기의 향유를 담는다
물기가 있는 암벽은 까딱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부르지도 않은 염라대왕 앞에 갈 수 도 있기에
오금이 저리도록 쪼그려 앉아 힘들게 담아 온 꽃입니다
산부추와 공생을 하는 가는 잎 향유
이렇게나 높고 척박한 암반 위에서 살아가는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코끝에 전해지는 향유의 독특한 향기는 그야말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마법의 가을 향기입니다
쓰러진 소나무 뿌리 곁에 한 줌의 흙을 빌려 대가족으로 자라고 있는 향유
조금 늦게 자생지를 찾은 터라 꽃은 다 져버리고 꽃대만 남았습니다
대슬램 한쪽 면에 자리하고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가는 잎 향유"
급경사 암반이라 근처에 가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쪼그리고 앉아 몇 장 담아 봅니다
조금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이 보다 더 좋은 꽃을 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대주로 자란 가는잎 향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다음에 찾을때는 꼭 꽃 피는 시기에 잘 맞춰와야겠습니다
수옥폭포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한 상태라 오래 있을 수가 없으니
현재의 풍경을 몇 장 더 담고 하산해야겠습니다
아직은 몇 개의 꽃송이가 남아 있기에 벌들이 이 고산지대까지 날아오나 봅니다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계곡을 내려가야 하기에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 댑니다
분재형 소나무와 가는 잎 향유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연풍면이 저 멀리 조망됩니다
이 한 장을 마지막으로 담고 깃대봉을 하산합니다
내년에는 꼭 꽃이 만발했을 때 찾아오마고 작별 인사를 하면서 떠나갑니다
2021. 10. 13.
레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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