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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아침
대전현충원 둘레길을 걷고자 현충원 주차장을 찾아갔다
7. 17.
대통령 묘역 앞을 걷는데 어디선가 오리새끼들의 삐약 거리는 소리에 둘러보니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 어미오리와 병아리 여섯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망원으로 당겨 찍고 있자니
어미가 위험을 느꼈는지 새끼들을 영산홍 나무밑으로 피신시킨다
새끼중 다섯마리는 어미를 따라 높은 곳으로 올랐으나
맨뒤에 있는 막내가 힘이 딸리는지 대리석 턱을 못 올라간다
한참을 시도하다가 그만 주저앉어 울어버린다
어미도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걸 보고 너무 미안해서
슬그머니 뒷걸음질로 나무밑으로 숨는다
그제야 다시 잔디밭으로 내려와 새끼들을 데리고 다시 물가를 찾아간다
어디에서 부화를 했는지 몰라도 꽤나 먼 길을 걸어온 듯
새끼들이 꽤나 지쳐 보인다
여기서 연못까지는 꽤나 먼 거리인데
그곳까지 가려면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하고
찻길도 횡단해야 하는데...
후덥지근한 날씨, 햇살이 구름사이로 잠깐씩 얼굴을 내밀어
덥기는 무척 더울 듯한데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먼 길 떠나는 오리가족이 너무 안쓰럽기만 하다
부디 아무런 장애물 없고 사고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빌 수밖에
달리 도와줄 방도가 없다
가던 길을 마주가며 오리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부디 앞길에 행운이 가득하길
24. 7. 17.
레드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