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전화를 받고 '아뿔싸' 너무 늦은 건 아닌지...
허겁지겁 달려간 좀바위솔 마을
10. 31.
그곳엔
연지곤지를 찍은 아기씨들의 꽃단장이 한창이었다
태생이 키가 작아
엎드려 보거나 가까이 다가서야 보이는 개체들
엉거주춤한 자세로 예쁘게 치장한 아기씨들을 영접한다
아직은 잎술에 루즈만 바른 아기씨들도 보이고
생얼에
과감히 카메라 앞에 당당히 나서는 강심장의 아기씨도 있지만
화장은 못해도 본디 예쁜 얼굴이라
카메라 앞에 당당히 나선다
낭떠러지 바위틈에서도
아침 이슬을 먹고 아름답게 꽃을 피운 좀바위솔
작다고 좀바위솔이라 부르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느 누구와 견주리오
수많은 카메라 세례에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살아온 좀바위솔
이제는 그 미모가 전국 방방곡곡에 소문이나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며
좀바위솔의 미모에 넋이 빠져 쉴틈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채 한평도 안 되는 작은 삶의 터전이지만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지난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이 오니
결실을 맺고자 척박한 바위위에 자리를 틀었다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바위솔 군락지
수많은 바위솔 중에
내마음에 드는 대상을 고른다
선택받지 못한자들의 비애는
못들은채 귓전으로 흘리고 예쁜 미모에 홀려 쉼 없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꽃이 지고나면
이 아름다운 생을 마감해야 하는 안타까운 좀바위솔
그 아픈 사연을 알기에
더 하나라도 담아가려고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겨본다
잃어서지 못하고 누워서 꽃을 피운
좀바위솔
많은 개체 중에 특이한 형상의 좀바위솔에게
더 애정을 쏟는다
작고 보잘것없지만
늦가을 한 줌 햇살에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 좀바위솔
그 경이로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람쥐 눈을 피한 도토리 두 알이 마실이라도 온 듯
좀바위솔 동네에 찾아들었다
많은 진사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좀바위솔 아기씨들이 온통 화장을 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좀바위솔이 아기씨들이 모여 사는 충북 어느 곳에서
23. 10. 31.
레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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