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양하

레드포드 안 2024. 9.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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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양하를 만났다

9. 23.

 

많지 않은 꽃대지만 이쁘게도 피었다

 

 

채 한평도 안 되는 곳에서 소복하게 자란 푸른 줄기속에

가녀리지만 노란색 포의에 싸인 붉은색 꽃잎은 아름답기만 하다

 

 

양하가 살아가는 곳에는 모기들의 집단 서식처인가 보다

 

 

엉덩이고 팔뚝이며 얼굴까지 안 물린곳이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든다

무방비 상태인 나는 기어이 열댓방을 모기에 쏘이고

작전상 후퇴를 한다

 

 

햇빛이 밝은 곳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한번 모기굴로 들어가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찍어대니

모기도 눈이 부신듯 주춤하며 덤벼들지 못한다

 

 

꽃을 바라보고 게걸음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열심히 신속하게 담아 본다

 

 

손에 들었던 작은 부채는 손잡이가 부러져 버리고

다시금 몰려드는 모기들의 등쌀에 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거기 누구없소~~ 나 좀 살려줘~~

 

 

대답없는 숲 속에서 나 혼자만의 절규이다

 

 

이곳은

꽃봉오리가 고개를 드는 걸 보니 이제 피기 시작인가 보다

 

 

싱싱하고 예쁜 애들로 몇 장 더 담고 일어서야겠다

 

 

쪼그려 앉아 사진을 담다 보니 엉덩이 쪽을 얼마나 공격했는지 

가려움과 쓰라림으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무리에서 이탈해 밖으로 나온 얘들을 한컷 담고

검지 손가락에 붙어 피를 빨아대는 산모기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인 뒤

후환이 두려워 걸음아 나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다

 

 

내 좌우명

꽃보다 내 목숨이 먼저다! ㅎ

24. 9. 26.

레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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