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스크랩] 꽃무릇 피는 사연 / 강이슬

레드포드 안 2011. 11.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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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여름

꽃무릇 피는 사연 / 강이슬
피보다 더 진한 빛깔
찢어진 가슴 갈래갈래 꽃잎으로
푸른 멍같은 이파리 모두 떨구고 난 후
외줄기 위에 애 뜻이 얽혀
만날 수 없어 이룰 수도 없는 사랑이 
열매 맺지 못하고 지천으로 피었다네 
심장처럼 붉은 빛깔은 
그 누구의 애절함을 
전설로 말하려 하는지
오로지 속세에 부질없는 미련이 
애절한 사랑으로 남아
목탁소리에 실려 경내를 넘나드네 
선운사, 용천사, 불갑사
속세를 떠난 고적한 산사에
화사한 꽃으로 심오한 뜻을 전하려는 듯
중생의 시주하는 화엄경이 되었다네 
님 계시면 꽃이 없고
님 가시면 석산화로 피는 것은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의 갈증 
빗나간 인연의 업보의 꽃이라네 
사천상 동자상에
선혈처럼 쓰디쓰게 채색된 진액은 
검붉은 탱자처럼
비바람에 퇘색되어도
천년의 못다이룬 사랑은 
오늘도 산사의 풍경으로 바람을 타고있네
출처 : 오얏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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