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사자성어
아름다운 꽃을 보려면 개고생도 해야 하는 법
8. 31.
분홍장구채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33℃를 넘나드는 폭염에 1.8km 산길을 쉼 없이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꽃
작은 배낭에 생수 한 병, 캔맥주 하나, 빵 1개를 넣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타서
작은 페트병에 담아 둘러메고 호기롭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을 다닐 때는 여러 번 근처까지 갔었지만
오늘처럼 분홍장구채를 보러 가는 것은 처음이다
가며 쉬며 오른 가파른 산마루
1시간이 넘어서야 숲 속에 햇살이 찾아든다
등허리에 후줄근한 땀도 식힐 겸
잠시 등로옆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냉수로 목을 축인 뒤에
달려드는 산속 모기를 피해 한달음에 달려간 자생지
깎아지른 천길 낭떠러지 바위밑에 은신처를 두고
한 줌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분홍장구채를 만났다
개체수는 제법 많았으나 꽃피는 시기를 맞추지 못해
벌써 꽃이 많이 진 상태였다
처음 만난 꽃이라 반가운 마음에 살갑게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위를 쳐다보면 금방이라도 낙석이 떨어질 듯 아찔하지만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장구채를 보면 이보다 더 평온할 수가 없다
폭염과 가뭄에 몸살을 한 듯 여기저기에 말라죽은 개체도 보인다
그래도 돌보아주는 이가 있는지 불상 앞에는 잡초가 제거된 모습이다
움푹 패인 바위 홈에는 빗물 외에는 물구경을 할 수 없을 텐데
의외로 건실한 개체들이 많다
이대로 잘 유지만 된다면 소멸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천길 낭떠러지 돌계단을 엉금엉금 기어올라 위에서 몇 장 담은 뒤
내려가려고 뒤를 보니 오금이 저려 발이 안 떨어진다
겨우 기다시피 바위를 붙잡고 내려와 안도의 한숨을 내 쉰뒤
물 한 모금에 목을 축이고 다시 옆길로 오른다
이곳은 조금 전에 갔던 길보다는 조금 수월하다
수월한 만큼 분홍장구채 개체수는 별로 없고 칡넝쿨만 길을 덮었다
계단밑에서 우연히 마주친 덩굴닭의장풀, 꽃 두어 송이를 달고 있다
흔하지 않은 풀이니 두어 장 담아본다
윙윙거리는 소리에 바라보니 보살님이 제초작업 중이시다
잠시 쉬어갈 겸 대웅전 앞에 도착하니
고목나무 토막에 분홍장구채를 심어 멋지게 목부작으로 작품을 만들어 놓으셨다
아무래도 매일 관리해 준 듯 포기도 튼실하고 꽃도 많이 피었다
시원한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풍경을 눈에 담는다
올해는 분홍장구채 꽃도 이번이 마지막일 듯...
다시 애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한 시간여의 내리막길 산행이 시작된다
폭염은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닌듯...
24. 8. 30.
레드포드
'가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행중에 만난 야생화 (2) | 2024.09.02 |
---|---|
가을 마중길 (0) | 2024.09.01 |
장태산 메타숲 지금 그곳에 가면 (0) | 2023.11.27 |
온빛자연휴양림 메타숲 (0) | 2023.11.26 |
첫눈 내린날 3. 노루벌 (0) | 2023.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