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스크랩] 그리운 바다 성산포

레드포드 안 2011. 10. 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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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이생진 시,  고은하 낭송

출처 : 뉴금강산악회
글쓴이 : 노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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