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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
출처 : 뉴금강산악회
글쓴이 : 노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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